멕시코 뜰라빠꼬자 선교지의 영혼들을 위해 우리 앞서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잔잔한 감동이 나의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문서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서둘러 간증문을 쓰게 되었다.
사실 이번 멕시코 의료선교는 본인이 지난 3월에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매우 무모하다 싶었다. 올해는 선교부 주관으로 예산이 세워지고 계획된 단기선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부터 매년 계속되어 오던 단기선교가 올해는 빠듯한 교회예산으로 인해 제외 되어지자, EM의 오정훈장로님이 개인적인 열정으로 뜻있고 귀 기울이는 사람들을 향해 참여를 권유하는 몸부림이 사실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교회뿐만 아니라 휴스턴 의사회의 의사들에게도 참여를 유도했는가 본데 두어 달 시간이 가면서도 여전히 참여자는 오장로님 가족들과 간호사 한 사람, 학생 몇 명 등 소수뿐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올 한해는 쉬는 것이 하나님의 뜻 인가보다 하며 포기할 만도 할 텐데 중단하지 아니하고 여전히 하나님께 기도하고 방법을 찾는 그를 보면서 참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고집스런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믿음의 행동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 넘는다는 것을 하나님은 이번 일을 통하여 보여주셨다. 우리의 통상적인 사역계획의 한계는 결국은 예산이다. 예산의 유무가 당연히 믿음의 사역에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주변에서 많은 관심도 안보이고 예산조차 없는 현실에 순응하자면 올해의 의료선교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믿음의 사람이 믿음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으며 고집스럽게 나아가니 하나님이 사역에 필요한 사람들과 예산 등 필요를 상상을 초월하여 놀랍게 채우시는 것을 목격하게 하셨다. 실로 믿음은 눈에 보이는 현실보다는 눈에 보이지 아니하지만 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고집의 싸움인가보다. 우리 하나님은 현실을 뛰어넘고 상식을 뛰어넘으시는 하나님이시다. 아니 말로만 공허하게 외치는 믿음이 아니고 우직한 믿음의 발길을 실지로 떼어놓는 한 사람이 주변을 움직이고 결국은 하나님을 움직여 풍성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경험케 하신다.
의료선교라면서 의사, 약사, 간호사, 검안과 학생 두명 등 5명의 초라한 의료진을 꾸린 선교팀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기도의 응답이었다. 한빛교회 EM 멤버인 멕시칸 자매를 통해서 멕시코 샌루이스 포토시 현지교회의 의료 선교팀과 연결을 시켜 주신 것이다. 예상치 않았던 치과의사 2명, 산부인과의사 1명, 간호사 1명, 그리고 선교지에 나가려고 준비중인 젊은 내과의사부부등이었다. 이들이 현지에서 같이 의료사역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참으로 ‘여호와이래’의 하나님이었다. 필요를 채워달라는 기도에 하나님의 놀라운 응답인 것이었다. 이 현지인들은 당연히 현지언어 및 현지사정에 능통할 뿐 아니라 의료선교에 열정이 있고 경험이 있는 분들이었다. 현지에서 자기들 소유인 치과기구들을 직접 차로 운반하여 합류하기에 추가 예산도 필요가 없었다. 정말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방법이고 분에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었다. 이제는 팀에 의료전문가만 총 11명이 된 것이다. 그 외에 보조일을 위한 집사님 3분, 젊은 학생들, 그리고 현지 교포학생 통역 등 사역에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채워주셨다. 한때 가능할까 의심했던 사역이 임시 종합병원을 만들기에도 충분한 의료전문가 인원들과 보조인원, 어린이 성경학교를 위한 인원 등 30여명이 넘는 분에 넘치는 사역팀을 만들어주신 것이다.
멕시코 현지 합류인원을 제외한 16명의 단기선교팀원이 6월초에 만들어졌다. EM 학생 4명(Danny Cha, Sarah Lee등 검안과 졸업반 학생, Eugene Chae, Thomas Bae)과 Youth Group 6명(Lonnie 전도사님,조성경, Eileen Paek, Andrew Yim, Pricilla Oh, Elizabeth Oh), EM 3명 (오장로님, 오경희집사님, 이호경집사님) KM 3명(김효선집사님, 백혜령집사 및 본인) 등 총 16명이었다. 대부분이 영어권인 16명의 팀은6월부터 두달간 매주일 오후 대여섯 시간씩 선교훈련에 들어갔다. 사역지와 사역 대상자들의 마음을 열어달라고 기도하고, 같이 성경을 읽고 나누며, 현지사정을 공부하고, 스페니시 언어를 배우고, 약품을 준비하고, 역할을 나누다 보면 저녁 6, 7시가 훌쩍 넘어가곤 했다. 주중에도 책을 읽는 숙제를 해야 했고, 매일 성경을 읽고 QT를 올려야 했고, 음식훈련 및 화장실훈련을 하였다. 현지 멕시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훈련에 대비하는 어린 유스와 젊은 학생들의 기도의 열정이 대단하였다. 리더의 말에 순종하는 훈련에 충실히 따르는 등 성령으로 하나되는 진정한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두달의 기간이었다.
우리의 선교대상인 나후아(Nahua) 인디언은 아즈칸의 후예로 16세기에 스페인의 멕시코 점령 당시 점령군의 약탈을 피하여 말도 들어가지 못하는 깊은 산지로 들어가 조그만 마을을 이루며 정착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합하면 프에블라주에만 약 40만명이 산지에서 몇백개의 마을을 이루며 살고있다. 이들은 약 400년간 문명과 담을 쌓다가 최근에서야 문명과 교류를 시작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이다. 주변에 병원도 없어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고 변형된 샤마니즘 형태로 혼합된 카톨릭이 민속신앙처럼 이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우리의 집중선교지인 최승열선교사님은 이 나후아 인디언들을 대상으로 전도를 하고 성경을 가르치고 신학훈련을 시켜서 현지인 목사를 배출하고 현지교회를 세워서 자립시키는 사역을 담당하고 계신다. 프에블라에 교포교회인 주님의 교회를 기반으로 신학교와 성경학교를 운영하여 현지 사역자를 훈련하고 있다. 최승열선교사님 또한 누구 못지않은 믿음의 고집으로 100여개의 나후아 인디언교회 설립을 목표로 기도하면서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계신다. 이미 30여개의 현지교회와 현지인 사역자가 최승열 선교사님을 통하여 세워졌다.
최승열선교사님이 시무하시는 프에블라 주님의 교회 교포 청년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6명의 청년(민우, 현우, 대광, 민희, 수빈, 스노)들이 우리의 사역에 같이 참여를 하였다. 주님의 교회 자녀들인 이 청년들은 현재 멕시코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거나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하다 방학으로 선교에 참가하였는데 이 청년들을 보면서 대단한 감동을 받았다. 하나같이 모두 한국어, 영어 및 스페인어 등 3개국어에 능통하고, 훈련이 잘 되어있으며 무엇보다도 대단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VBS도 진행하였고, 의료사역에 통역으로도 소금처럼 도움을 주었는데 얼마나 착하고 성실한 청년들인지 일선선교사 역할을 너무도 잘 감당하는 이들이 곧 최승열선교사님 사역의 거울들이었다. 가치 있는 일에 젊음을 불 태울 수 있는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것이 부러웠다. 저 나이 때 나는 기성교회와 하나님께 반항하느라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했는데… 이들은 어려서부터 뚜렷한 선교의 비젼을 가지고 선교에 동참하니 하나님께서 이들 모두에게 사역에 필요한 언어와 기타능력을 채워주시고 미국으로 공부하는 길도 열어주시는 축복받은 인생들인 것이다. 힘든 멕시코생활에서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가지고 하나님의 일에 충성했더니 일생을 하나님의 일에 쓰임을 받을 수 있는 멋진 달란트를 이들에게 주신 것이다. 우리도 학생들을 어려서부터 선교에 노출시켜서 이러한 목표와 선교에 쓰임을 받는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린 학생들을 후원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EM에서 검안과 졸업반 학생 Danny와 Sarah가 참여하기에 산골의 사람들에게 시력을 되찾아주기 위해 2천개의 안경을 들고 갔다. 미국 내 선교단체를 통하여 안경 2천개를 싸게 구입하였다. 한번도 시력검사를 못해본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매우 귀중한 선물인 것이다. 구입한 2천개의 안경 돗수를 눈 검사 후 맞는 안경을 그 자리에서 바로 찾아내어 전달해 줄 수 있도록 일일이 번호를 적어서 인벤토리를 하여야 했다. 온 팀이 둘러붙어서 대여섯개의 컴퓨터를 이용해 떠나기 전날 꼬박 하루를 컴퓨터에 입력을 해야 했다. 그리고 보니 비행기로 운반해야 할 안경이 큰 박스로 12개가 되었다. 가져가야 할 의약품, VBS용품, 먹을 음식, 개인 소지품 등의 짐이 무척 많은데 추가로 이 12개의 안경박스의 운반이 문제였다. 그러나 개인짐과 공동의 짐을 다 섞어서 나누어 무게를 재고, 부피를 재고 다시 나누어 담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 후 적은 추가비용으로 무사히 멕시코로 운반하였다.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많은 의약품들과 2천개의 안경들도 큰 무리 없이 공항에서 통관을 하였다.
프에블라에서 일박 후 월요일 차로 출발을 하였다. 지루한 여섯시간 이었지만 마지막 두어시간의 산길은 지난주 내린 폭우로 인해 도로가 반정도 무너져 내린 길도 지나야 했다. 손에 땀을 쥐는 엄청 긴장되는 곡예 같은 산길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뜰라빠꼬자. 여전히 내리는 비에 젖은 산골마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막힌 곳의 언덕중간쯤에 용케도 2천명 정도의 마을을 형성해서 살아간다. 이곳에서 산길로 연결된 주변 마을사람들을 모아서 4일동안 의료사역과 VBS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호텔이라고 붙이기도 부끄러운 7개의 방이 있는 초라한 여인숙에 비를 피하여 짐을 풀고는 그나마 30여명이 넘는 팀이 한곳에 다 묶기도 힘들어 남자들은 헛간과 같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꿀맛과 같은 저녁식사를 하고 같이 기도하고 말씀보고는 잠자리로..
화요일. 마을의 중심에 있는 체육관에 종합병원을 차렸다. 책상 몇 개 놓고서 접수처, 건강 문제를 확인하여 보낼 곳을 결정하는 간호과, 의사 2명의 치과, 검안사 2명과 시력검사 2명의 검안과, 의사 2명의 내과, 산부인과의사 1명, 약 받으러 오기 전 하나님말씀을 전하는 생명과, 그리고 필요한 약을 전달하는 약방까지 하루아침에 거의 완벽하게 갖추어진 종합병원이 선교지에 생겼다. 문을 열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금요일까지 4일 내내 사역자들이 점심식사조차 10분내로 교대해서 해결해야 할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몰려왔다. 첫날은 저녁 9시가 다 되서야 진료를 마쳤다. 4일 동안 치료한 환자의 수가 779명이었다. 환자들의 주소지를 정리해보니 25개 마을로부터 몰려온 것이다. 가깝게는 이웃마을부터 멀리는 5-6시간을 걸어서 온 환자들도 많았다. 치과치료를 받은 환자가 135명, 산부인과 치료를 받은 환자가 98명, 내과진료를 받은 환자수가 427명, 그리고 검안을 받아서 안경을 쓰고서 시력을 되찾은 환자수가 468명이었다. 이들 모두가 Salvation Desk를 거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받고 교회를 소개받았다.
일부의 한빛 유스들과 주님의 교회 청년들은 최승열선교사님이 세운 뜰라빠꼬자 교회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성경학교(VBS)를 진행하였다. 선교사님 밑에서 신학교육을 받아 마을에 교회를 세우고 자립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이 교회는 한빛교회가 건축의 일부를 감당하기도 하였다. 혼합종교로 변한 카톨릭의 영향으로 교회에 발을 들여놓으면 저주를 받는다고 믿는 이 마을사람들을 교회로 끌어 모으는 것이 힘들었다. 하루 두 번씩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서 3시간씩 총 8번의 VBS를 하였는데 VBS가 문을 연 첫날 아침, 교회당 안에는 달랑 우리 사역팀 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아이들을 불러내야 하는 수고도 마지 않았다. 과자와 우산, 티셔츠 등의 물질공세로 이들을 일단 교회 안으로 끌어 들여야 했다. 어떻게든 말씀을 들을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했다. 수동적인 아이들이 시간이 가면서 능동적으로 변해갔다. 우물우물 잘 따라 하지 않던 아이들이 열심히 찬양하고 율동 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나날이 변해갔다. 첫날 첫 시간에는 불과 30명의 아이들이 마지막 날에는 120명까지 늘어났다. 주변에 어른들과 참여하지 않고 구경하는 어린이들까지 좁은 교회당 안이 200여명의 사람들로 꽉 차는 것이었다. 과자를 받기 위해 나왔건 티셔츠를 받기 위해 나왔건 어떻게든 이들에게 한 명이라도 더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는 기회가 중요했다. 우리가 VBS로 불러모아 뿌린 씨앗을 현지 목사님이 거둘 것이었다. 당장은 복음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아도 뿌린 씨앗이 어떻게 열매 맺을지는 하나님만 아신다.
매일 저녁 식사 후에는 3개의 지역에서 합류한 휴스턴팀, 프에블라팀, 그리고 포토시팀 30여명이같이 모여서 찬양하고
그날 일어난 간증들을 자기들의 언어로 말하고 통역하고 기도제목을 나누어 각자의 언어로 기도하는 기도회가 있었다. 언어는
달라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마음이 하나로 묶이고 사역에서 오는 기쁨이 주변에 전해지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한
사람씩 간증을 하면서 인디언들의 비참함에 울먹이고, 포토시팀은 멕시코의 문제들을 기도제목으로
내어 놓으며 눈물을 흘리는 은혜의 연속이었다. 하루 10여
시간씩 사역하느라 몸은 천근 만근이어도 모여서 찬양하고 신앙을 나누고 기도제목을 나누다 보면 영은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가듯 또 하루를 사역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우리에게 공급하시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기선교기간 동안 사역에 희생하는
팀원들에게 매일같이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또 다른 영적 양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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