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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 성경유적지 6

      날짜 : 2014. 0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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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축에서 8시에 떠난 버스는 파묵칼레까지 세시간은 넘게 달린 것 같다. 가는 길에 성경지명인 필라델피아(알라세히르)를 가로질러 가며 (버스가 서지는 않고 가이드가 성경의 빌라델비아라고 언급만 할 뿐이지만 버스 안에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목적지인 파묵칼레 바로 옆 동네가 데니즐리라고 불리는 옛 라오디게아 이다. 중간에 관광상품점이 붙어있는 rest area에서 한 30분 쉰 것을 빼면 멀리도 달려왔다. 그 오랜 시간을 가이드는 거의 쉬지도 않고 설명하고 질문에 대답을 한다.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기록해 놓지 않아서 중요한 몇 가지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소 아시아로 알고 있는 아나둘로 반도를 보면 북쪽으로는 흑해바다이다. 남쪽으로는 지중해 바다이다. 동쪽으로는 아라랏 산이 가로막고 있다. 아라랏산은 노아 홍수 때 세상이 멸망하고 방주가 드디어 땅에 닿은 곳이다. 매우 높고 험한 산악지대이다. 그런데 동쪽에만 산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북쪽에도 동서로 큰 산맥이 가로막고 있고 남쪽에도 동서로 큰 산맥이 가로 막고 있다. 따라서 북쪽 흑해나 남쪽 지중해에서 물기를 머금은 바람이 반도 쪽으로 불어올 때 이 산맥을 넘지 못한다. 때문에 카파도키아가 있는 아나둘로의 내륙지방은 매우 건조한 황야지대이다. 강우량이 많지 않아 농사를 짓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 아나둘로 반도에서 유난히 기후조건과 농업조건이 좋은 곳이 서쪽의 해안지대이다. 즉 소아시아의 계시록에 기록된 7개 교회가 있는 이 지역은 사시사철 에게 해(Agean Sea)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서 강우량도 적당하고 참으로 온화한 기후에 살기 좋은 곳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지중해 기후 (Mediterranean climate) 가 이곳 기후인 것이다. 다른 지중해 연안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감람나무(Olive tree)가 많다. 이 감람나무 열매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열매이다. 특히나 올리브 기름이 몸에 좋다는 것은 이제 많이 알려졌다.  이곳, 특히 파묵칼레에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 농사 지으며 사는 사람들이 몸에 좋은 음식과 깨끗한 물을 먹으며 온화한 기후에서 살아가기에 평균 연령이 95세라고 한다. 95세면 터키의 평균연령보다 20년이 많다고 한다. 아마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장수 마을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몸을 써가면서 농사를 짓고, 오염되지 않은 직접 농사지은 식품을 먹으며, 온화한 기후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서 살아갈 때 충분히 그렇게까지 오래 살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예로부터 이곳 소아시아 지방은 자연재해가 심심치 않게 일어 났었다. 지금까지 돌아본 유적지들이 모두 자연재해로 인해서 파괴되거나 무너져 내린 것이다. 에베소, 서머나, 히레라폴리스, 라오디게아 등의 옛 도시들이 전부 지진으로 인해 땅에 묻혔던 것을 최근 150여년에 걸쳐서 발굴해 내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것에는 이곳에 속한 소아시아 대륙판의 움직임에 있다. 그런데 그것뿐 아니라 이곳에는 수많은 온천이 발견되는 곳이다. 터키는 아랍국 이지만 석유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에서 석유를 수입해야 하니 에너지가 비싼 곳이다. 그런데 차로 지나가는 곳에 지열을 이용하여 대규모 발전을 하는 곳이 나왔다.(사진 참조) 파이프를 땅속에 몇 백 미터 깊숙이 묻어서 물을 순환 시키는 것이다. 그 순환되어 끓는 물을 이용하여 발전을 하는 것이다. 몇 백 미터만 파고 내려가면 물이 끓을 정도까지의 지열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향후에 이러한 지열 발전 프로젝을 몇 개를 더 지을 것이라고 한다.  

        드디어 파묵칼레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옆 동네 라오디게아에는 안 들르고 바로 파묵칼레까지 온 것이다. 파묵칼레에서 라오디게아 투어 펙키지도 있었지만 하루를 더 시간을 내어 돌아볼 만한 상황은 아니다. 라오디게아 대신 파묵칼레에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파묵칼레의 옛 희랍식 이름은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이다. 성경에도 히에라폴리스는 언급되어 있다. 1세기에 라오디게아와 히에라폴리스 두 곳 모두에 교회가 있었다는 것이 바울 서신에 기록 되었다. 바울은 골로새서 4:13에바브라가라오디게아히에라볼리에 있는 자들에게 많이 수고를 한다라고 언급되었다. 물론 히에라볼리는 한국 성경학자들이 히레라폴리스를 잘못 발음한 것이다. 바울이 에베소에 있을 당시에 이곳 라오디게아 교회와 히에라폴리스 교회도 돌보았다는 것을 이 편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히에라폴리스에는 빌립 사도의 묘지도 있다. 빌립 사도가 예루살렘을 떠나 이곳 히에라폴리스 교회의 목회라도 했던 것일까?  교회의 잔해라도 찾아보고 싶었다.

        시간은 12시가 가까워 온다.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났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버스가 식당을 향하여 간다. 솔직히 점식식사는 샌드위치 정도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데려간 곳은 대규모 부페 식당이었다. 우리 같은 12인승 버스는 거의 없고 수많은 35인승 관광 버스들이 연이어 들어왔다. 30대는 되어 보이는 버스들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풀어 놓는다. (중국인들은 많이 눈에 뜨였지만 한국인 투어버스는 없었다.) 커다란 천막을 잇대어 놓은 야외식당에 들어가니 식당의 수용인원도 7-800석은 되어 보였다. 음식의 가지 수도 엄청 많았다. 온갖 지중해식 식단에서 터키식 음식까지 수많은 음식이 있다. 셀러드 종류만도 열댓 가지가 넘었다. 한 시간 동안 천천히 조금씩 모든 종류의 음식을 맛보듯이 먹었다. 이미 많이 친해진 우리 투어 그릅의 사람들과 서로의 투어 경험들을 나누느라 분위기가 좋았다. 소화제 노릇을 하는 물 섞은 요구르트인 아이란과 함께 처음 보는 음식들을 넘겼다. 식후에 진한 커피까지 한잔 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일생 꼭 한번 가 볼만 한 세계 100대 휴양지로 선정된 파묵칼레(Pamukkale)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도 선정된 곳이다. 파묵칼레는 터키어로 '목화의 성'이다. 온천수에 포함된 탄산수인 광천수가 공기와 만나서 햐얀 석회층을 만든 모양이 마치 목화 꽃이 하얗게 피었을 때처럼 아름다워서 '파묵칼레', 즉 목화성이라고 부른다. 터키어로파묵(Pamuk)’은 목화라는 뜻이고, ‘칼레(Kale)’는 성이라는 뜻이다. 이 지역은 고대로 부터 루커스 계곡의 넓고 기름진 땅에서 목화 재배와 양을 기르는 일이 활발하였다. 그런데 이 파묵칼레의 옛 희랍식 이름은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이다. '성스러운 도시'라는 뜻이다. 원래는 그리스제국의 도시였다가 고대 로마에 복속되어 로마의 지배를 받으면서 번창하던 중 60년 대지진으로 크게 파괴 되었다. 그 때 네로 황제가 지진으로 파괴된 도시의 재건 비용을 지원해 주겠다는 제의를 거절한 채 자신들의 재원으로 재건할 만큼 부유한 도시였다. 양모산업, 구리세공, 말발굽 제작 등의 산업이 번창하였다 한다. ‘히에라폴리스’는 2~3세기가 도시의 황금기였다. 지금 히에라폴리스 에는 비잔틴 문, 로마 목욕탕, 야외극장, 신전 터, 사도 빌립의 기념교회 등의 도시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온천수는 섭씨 35도로 우리의 체온과 아주 비슷하다.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기분 나쁜 미지근함 그 자체이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일곱 교회 가운데 가장 책망을 많이 받은 교회였다. 이 교회의 믿음은 히에라폴리스/라오디게아의 온천 물처럼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였기에 책망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온천 물은 류머티즘, 피부병,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치료와 휴식을 위해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로마 시대에는 여러 황제와 고관들이 이곳을 찾았는데 하얀 결정체가 대지의 경사면을 온통 뒤덮은 장관을 감상하면서 심신의 치료를 겸할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였기 때문이다. 로마 황제들과 클레오파트라까지 이곳을 찾아서 온천 욕을 했다고 한다. 이곳은 네크로폴리스라고 불리는 헬레니즘~비잔틴 시대까지의 석관묘 1,200기가 펼쳐져 있다. 서아시아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유적 중에 하나인 이곳에는 지금도 수많은 석관들이 뚜껑이 열리거나 파손된 채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온천수가 갖가지 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병을 고치러 와서 병이 나은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그렇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묻힌 무덤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다. 이곳에는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 신전, 공동묘지, 온천 욕장, 아쿠아덕트(Aqua duct) 수로 등 귀중한 문화유적이 남아 있다.

        드디어 파묵칼레로의 입장이다. 버스를 대고서 매표소를 지나서 가이드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고서 3시간 자유시간이다. 파묵칼레에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사인으로 막아 놓은 곳은 절대 들어가지 말하고 한다. 유네스코 보호구역으로 걸리면 처벌받는다 한다. 자연 보호를 위해 막아놓은 것인데 그래도 무시하고 들어갔다가 처벌받는 사람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칼슘과 석회로 만들어진 석회층이 발로 밟으면 약하여 깨지기 때문에 들어가게 허용된 곳도 절대 맨발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파묵칼레가 너무 넓어서 안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 매표소 뒤쪽에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을 가리킨다. 그 산 방향으로 약속한 시간까지 다시 매표소로 찾아 오라는 것이다. 5월이라 주변은 여름인데도 놀랍게도 그 산 위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얼마나 높은 산일까? 온천장까지 가는 길의 오른편은 언덕 위의 옛 도시인 히에라폴리스의 유적지들이 보였다. 일부를 복원하고 있는 원형극장도 보이고 아고라와 기둥만 남은 사원, 부서진 기둥으로 대리석으로 포장된 옛 도로들.. 에베소의 작은 복사판이다.  이것을 지나면 온천 물을 모아서 풀장을 만들어놓고 탈의실까지 제공하는 빌딩이 나온다. 이곳은 별도의 비용을 내야만 한다. 그러나 유적지에 와서 현대식 풀장시설에 들어가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나는 옛 로마인들의 손길이 머문 역사의 현장에 내 발을 담그기로 했다.      

        온천 물이 흘러내려서 침전된 물의 석회층으로 하나의 커다란 풀을 만들었다가 다시 넘쳐흘러 그 밑으로 또 다른 풀을 만들고를 반복하면서 몇 천년이 흘러서 이러한 장관을 만들었다. 바라만 보아도 멋있다. 세상이 온통 겨울 눈이 녹아서 얼음이 된 것 같이 하얀색으로 눈이 부셨다. 이곳에 계속 온천 물이 흘러 넘친다. 주변 화장실에 들어가 수영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맨발로 나섰다. 이곳에서 신발은 절대 금지이다. 그런데 바닥은 석회층이 돌출한 부분으로 인해 울퉁불퉁하여 맨발로는 발바닥이 민감하여 힘이 들지만 몇 발자국 걷다 보니 그런대로 견딜 만 하다. 개 중에는 신음을 지르며 맨발로 걷기를 포기하고 되돌아 가는 사람들도 나온다. 길을 골라서 잘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끼가 낀 바닥을 밟고서 미끄러질 수 있다. 석회층을 보호하려면 관광청에서 나무로 보드워크를 만들어 놓으면 좋았겠다 싶다.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좋은 곳을 골라잡고 앉으니 온천 물이 허리도 안 찼다. 느긋하게 반신욕을 하면서 언덕 아래 경치를 즐겼다. 물은 미지근한 것이 그리 기분 좋은 온도는 아니다. 주변에 수많은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보였다. 5월 중순의 뜨거운 햇빛아래 야구모자만 쓰고 있으려니 드러난 피부가 뜨겁고 쓰려 부담스러웠지만 그대로 앉아 있었다.

        30분 앉아있으려니 좀이 쑤셨다. 물을 털고 나와서 옷을 입고 히에라폴리스 유적지를 향해 걸었다. 우선 옛 모습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언덕 위의 반 원형극장이다. 올라가는 길에 수원을 찾아서 물을 모아 내린 아쿠아덕트(aqua duct)가 여러 개 보였다. 옛 그리스/로마식의 원형극장은 반원형으로 산의 언덕을 이용하여 지었다. 로마의 콜로시움처럼 시내의 평평한 곳에 지은 원형극장은 기둥으로 돌아가면서 골조공사를 해야 했겠지만 반원형 극장은 산기슭의 언덕을 이용하여 산을 파고서 반원형의 극장을 만든다. 이렇게 산의 언덕을 이용하면 골조 공사를 안하고도 멋있는 반원형 극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은 15천석이다. 에베소에 있는 2 4천석의 원형극장 보다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아마도 로마시대 반 원형극장으로는 가장 잘 보존된 것 중의 하나일 까 싶다. 이곳이 에코사운드(echo sound)로 무대의 자연음향 소리전달은 최고라 한다. 현대 어쿠스틱(acoustic) 엔지니어도 이곳의 에코사운드 우수성에 놀란다 한다. 실지로 들어가 본 원형극장은 에베소 것보다 더 깊고 아늑하였다. 아마 무대 앞부분을 벽으로 잘 막아놓아서 모든 곳의 관중들에게 소리가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 독창이라도 소리 높여 한 곡 하고 싶다. 이곳 히에라폴리스에 빌립 사도의 묘가 산꼭대기에 있다. 빌립 사도가 예루살렘을 떠나 히에라폴리스 교회의 목회를 하였을까? 사방에 보이는 모든 것이 유적지에 예술품들이다. 발길 닿는 데로, 눈길 끌리는 데로 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산꼭대기 빌립 사도의 무덤까지 올라가려 했지만 되 돌아갈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서 포기 하였다.  

        이번 여행이 성경유적지를 목적하였고 계시록에 언급된 7교회를 둘러보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신자들의 모임이고 공동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2천년이 지나서 성경에 언급된 주역들은 이미 다 사라져서 교회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이 애초부터 신기루와 같이 불가능을 쫓는 여행이었다. 역사 속에 찬란했던 희랍과 로마의 유적 발굴지들은 둘러 보았지만 신전은 있어도 기독교와는 연관이 없었다. 복음이 왕성하던 2천년전의 터키 땅에서 교회들의 흔적은 이제는 전혀 찾아 볼 길이 없다. 오히려 복음이 처음 전해졌던 지역이 이제는 회교도로 가득 찬 모습으로 다시 선교지가 된 것만을 확인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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