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믿음 (창 22:1-14)
우리는 종종 믿음을 “하나님께 아무 말 없이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그저 순종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태도가 좋은 믿음이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성경 속 믿음의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브라함은 처음부터 침묵으로 순종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자주 질문했습니다. “주님, 제게 자손이 없는데 어떻게 큰 민족이 되겠습니까?” “사라가 나이가 많아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까?” 때로는 하나님이 약속을 주셔도 믿지 못하고, 자신의 방법으로 하갈을 통해 이스마엘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그의 실수와 의심, 두려움의 순간마다 친히 개입하시며, 그의 믿음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듬어 가셨습니다.
그런데 창세기 22장, 모리아 산 사건에서 아브라함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명령 앞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 침묵은 차가운 복종이 아니라, 오랜 관계 속에서 길러진 신뢰의 고요한 표현이었습니다.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어도, 하나님은 언제나 선하셨다. 이번에도 분명 이유가 있으시다.” 이삭 또한 그 믿음을 닮았습니다. 제물 없이 산을 오르며 의아했을 텐데, 평소 신뢰하던 아버지를 믿고 묵묵히 그 길을 동행합니다. 130세의 노부가 30세 정도의 아들을 결박했다는 사실은, 이삭이 아버지의 믿음을 존중하며 스스로 순종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하나님은 그 자리에서 말씀하십니다.“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이 말은 “이제야 네 믿음을 확인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관계가 이제 완성되었다는 선언입니다. 그 믿음은 한순간의 결단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관계 속에서 하나님이 빚어오신 결과였습니다. 모리아 산은 순종을 시험한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여호와 이레”의 은혜를 예비하신 자리였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묻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묻고, 고민하고, 때로는 흔들리는 과정을 통해 마침내 묻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는 믿음으로 이끌어 가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의 삶에도 이해되지 않는 모리아의 시간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보이지 않아도, 그분은 여전히 우리를 향한 계획 안에 일하고 계십니다. 그분은 맹목적 순종을 원하시는 분이 아니라, 신뢰의 관계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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