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기쁨 뒤에 있는 엄마의 산통
정영락 목사
여느때와 같이 새벽 4:50분에 눈을 떴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휴대폰을 보니 딸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아빠 새벽 2시에 병원에 왔고 3시에 아이를 낳았어요”라는 카톡입니다. 저는 갑자기 아내에게 고함을 질렀습니다. “여보 줄리가 아이를 낳았어요” 아내는 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고, 나는 바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예정보다 14일 정도 일찍 태어났습니다. 전혀 예상하지못한 시간에 아이를 낳아서 전혀 기대하지 못한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그 기쁨은 마치 가슴 속에서 불덩이 같은 것이 하나 올라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불같은 생명이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산통 가운데 아이를 낳지만 조부모는 기쁨의 가슴으로 손자를 낳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할 수 없는 기쁨이 가슴속에 넘쳤습니다.
아내는 그 다음날 바로 비행기 표를 구입하여 딸에게 갔습니다. 2주 일찍 나오는 바람에 1주일 일찍 끊어놓은비행기 일정은 너무 많이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와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손자와 딸을 위해 아내를 양보하는 것도 매우 기분 좋은 이별이었습니다. 3주 동안 혼자만 집에 있다가 아내가 오기 전에 저도 손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보다가 실물로 손자를 보는 시간은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손자보다 딸의 모습이 눈에 먼저 들어왔습니다. 딸의 얼굴에 아내가 처음 딸을 낳았을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참으로 애잔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딸이 아들을 낳아 엄마가 되었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나의 마음을 파고 들어습니다. 가슴이 뭉클하고 애틋했습니다. 초보자 엄마로서 아이를 안고 기저귀를 갈고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7년전에 아내가 했던 일들을 딸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이런 복잡한 감정임을 알았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가족 안에 들어오는 기쁨 뒤에는 사랑하는 딸이 엄마가 되어 가는 고통과 아픔과 수고가 있는 것을 봅니다.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에게는 성탄절은 평화이고 기쁨이지만 하나님에게는 독생자를 보내는 아픔이었음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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