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이해
227호 정영락 목사
아내가 한국을 가고 막내 딸과 함께 지내면서 몇가지 감사한 일이 생겨났습니다. 첫째는 아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과저녁에아이 라이드 해주는 일은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현재 저는 아침에만 라이드를 해 주고 친구들의 라이드를 받아 집에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아내는등하교, 도서관, 친구 만나기 등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의 발이 되었던 생각을 하면 라이드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둘째는 관계입니다. 이렇게하루종일같이 있다보니 사이가 좋았다가 나빴다가 합니다. 전에는아내와아이가사이가나빠지면어떻게그렇게어른이되어서아이들과똑같냐고핀잔을줄 때가 있었는데 일주일 같이 살아보니 아내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이가좋다는말은 둘의 거리가 좋다는 말입니다. 적당한거리를가지고조용한시간도주고 가깝게도 하고 해야 하는데 항상 좁은 차와 집에서 같이 있으면서 여러가지 관계의 업 앤 다운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셋째는 배려입니다. 아내가나를 이렇게 배려했구나를 실감하게 됩니다. 토요일저녁, 수요일 오후에는 설교 준비를 위해서 집안을 조용하게 유지하여 내가 설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신경을 다 써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딸에게 보이지 않게 훈련이 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아내의 빈 빈자리가 점점 커져 가지만 그만큼 아내에 대한 감사함도 커져 감을 느낍니다.
아내에게 감사하면서 딸에 대해서 몇가지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아내가 없고 딸하고 있다보니 딸이 친구 만나러 나가고 공부하러 도서관 가고 나 혼자 집에 있는 것이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딸도 동일한 감정을 느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주 아빠 엄마 언제 들어오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딸에게 언제 들어오느냐고 묻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둘이 있는 동안 가능한 집에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가게 되면 반드시 돌아올 시간을 정확하게 이야기 해 줌으로 외로움을 덜 느끼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6년만에 외출이지만 16년만에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잘재내냐고 물어 주시는 성도님들께도 감사합니다. 저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