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손
215호 정영락 목사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요석 목사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독일에서 공부를 할 때 교수 중에 한 분이 “여러분 중에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고 믿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때 김목사가 혼자 손을 듭니다. 그러자 그 교수는 “예수님이 살아계심을 믿는다면 당신은 그분의 손과 악수 해 보았습니까? 그 손이 뜨겁습니까? 차갑습니까?” 그는 당시 교수의 질문에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박사 학위를 받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서 세미나에서 강의를 하는데 연세 많은 목사님께서 손을 들어 말하기를 “목사님은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 보지 못한 것 같군요?” 독일에서는 하나님은 살아 계시다고 혼자 손을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 같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습니까’ 고민하는 가운데 목회를 해 보라는 권면을 받고 목회를 시작합니다. 그곳이 바로 전남 영암군 나환자 정착촌 영호마을 영호교회였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해 그곳에서 부임하여 목회를 시작 했습니다. 맨 앞에 할머니가 눈썹도 코도 입술도 없습니다. 구멍만 5개가 있습니다. 모두 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분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설교 도중에 어떻게 이 교회를 빨리 떠날까를 생각했습니다. 설교 후에 강단 뒤에서 원고를 접었다 폈다 했습니다. 교인들과 만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조용해지길래 나가 보니 아까 그 할머니가 은혜를 받았다고 손을 내밉니다. 손가락이 없으신 그분의 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손 위에 할머니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로 덮어 그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우십니다. 자신이 18살에 나병에 걸려 온갖 구박과 멸시를 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전국을 헤매다가 여기에 자리를 잡은 이후 성한 사람의 손을 잡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뻐서 울었습니다. 그때 목사님이 너무 찔렀다고 합니다. 그때 갑자기 깨달음과 느낌이 오는데 바로 자신이 잡은 할머니의 손이 바로 하나님의 손처럼 느껴졌습니다.
독일에서 교수님이 당신이 살아계신 하나님의 손을 만져 보았소. 악수라도 해 보았소 라고 따발총처럼 공격하던 교수의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때는 대답 한마디 못했는데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김목사님은 나환자 촌에서 목회를 하시다가 중국으로 가서 그곳에서도 나환자 촌에서 목회하십니다. 그리고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몇 주전 수요예배 때 분당 창조 교회 홍기영 목사님께서 오셨습니다. 그 교회를 개척하신 분이 바로 그 김요석 목사님이십니다. 홍목사님을 만나 김요석 목사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면서 하나님의 손을 만지고 일평생 그 손을 만지며 사시면서 한국 교회에 큰 은혜를 끼치신 그 분을 다시 한번 떠 올려 보았습니다.